제2회 대한민국 아키비스트 캠프: 인물 기록관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안대진(아카이브랩)

문익환(1918~1994), 여운형(1886~1947), 김근태(1947~2011)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인물’들이다. 또한 개인의 삶과 활동이 아카이브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사례이다. 발표자료와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인물 아카이브의 필요성과 특징, 개인기록 컬렉션의 수집, 보존, 활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인물 아카이브의 필요성과 특징: 왜 인물인가?

나는 휴가 때 자서전 읽기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읽었고, 이번 여름에는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 이야기에 빠져볼 생각이다. 이런 성향은 아마도 인물과의 내밀한 교감이 주는 쾌감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게는 실력 하나로 세계 최고가 된 성공 스토리도 있지만 황당하고 유치하고 앞뒤 안 맞는 측면도 있다. 나와 너무 달라 신기하고 똑같아 소름이 돋는다. 한 개인의 삶을 아카이브로 만나는 것은 자서전 읽기와 어떻게 다를까?

우선 인물 아카이브는 역사적, 사회적 연구 가치가 높다. 개인의 기록에는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적 맥락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평화통일운동가를 탄압하고 유력 정치가를 테러하고 군부독재에 맞선 인물을 고문했던 배경 말이다. 연대기나 사건 중심의 컬렉션 구조는 우리에게 친숙해서 이해하기도 쉽다.

둘째, 문화적 가치와 교육적 활용도가 높다. 특정 인물의 문화적, 예술적, 과학적 업적을 보존하고, 이를 통해 그 인물이 속했던 시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늘 소개된 사례는 주로 민주화운동가나 정치인에 국한되지만 서태지, 백남준, 김수영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 기록이 아카이브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 학생들과 대중은 특정 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배우고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역사적 인식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셋째, 사회적 영향력과 영감이다. 특정 인물의 아카이브는 그 인물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변화 발전에 참고할 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인물의 삶과 업적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아카이브는 그 인물의 도전과 성취, 역경 극복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여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 개인기록 컬렉션의 수집, 보존, 활용

늦봄문익환

(수집.보존.활용) 문익환통일의집은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그래서인지 전시실과 수장고, 온라인 아카이브 모두 박물관식 관리활용 체계로 느껴진다. 아카이브 이용자로서 전체 컬렉션 구성이 궁금한데 사료 건 단위로 관리되고 이를 큐레이션한 전시와 콘텐츠 중심으로 활용되는 것 같다. 혹시 기록을 컬렉션, 시리즈 등 계층적으로 관리하거나 집합적으로 정리기술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카이브의 관리체계가 좋다기보다는 문익환기록의 수집정리 체계가 어떠한지 알고 싶다.

(기관운영) 23년도 사업회 결산보고를 보니 22년보다 기부금수입이 약 두 배, 국고보조금이 50% 가량 증가했다. 급격한 변화의 이유가 궁금하다. 기관 운영 방식(펀딩)의 변화가 있었는지, 펀딩 등 운영과 관련된 장기전략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활용,함께) 서울대 김세진이재호 등 다른 아카이브를 만들며 문익환 목사의 흔적을 여러 번 발견했다. 이런 맥락에서 작은박물관 스탬프 투어, 이웃 아카이브 탐방이 기획된 듯 하다. 아직 초기이지만 함께 할 기관을 모으고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여기저기 존재하는 문익환 기록이 시너지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곳에서 모두 검색되는 서비스 정도가 생각나는데 많은 비용이 들 것 같다.

(활용,재미있게) 온라인 아카이브에서 옥중서신과 월간문익환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옥중서신은 편지를 모두 전사하고 분석하여 마인드맵처럼 탐색하도록 한 아이디어가 좋았다. 월간문익환도 소장기록을 소개해 주는 친절한 도슨트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두 서비스의 기획 과정과 이용자들의 만족도에 대해 듣고 싶다 옥중서신의 탐색도구가 좀 복잡해 보이는데 개편 계획이 있나? AI 인터뷰에는 ChatGPT도 쓰셨는데 이런 특정 기술을 활용하는 데 대한 필요성이나 어려움, 해결경험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다.

(늦봄답게) 문익환의 소탈한 배려하는 따뜻한 인상은 2024년 현생들과도 교감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봄며들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듯 하다. 살아있는 아카이브가 되기 위해 늦봄다운 가치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나?